[칼럼 기고] 기초연금지급일 풍물시장 풍경

이동희 승인 2020-06-24


     홍석진 봉천내잔치국수 대표

 

 

원주오일장이 열리는 중앙동 풍물시장에는 장이 열리지 않는 날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다.


 

과거 노점상 정리 과정에서 강변도로 고가도로 아래 점포를 만들고 운영한 지 40여 년째인 풍물시장은 지금은 도로기 점포는 오일장 상인들이, 안쪽 점포는 주로 술집이나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침일찍부터 새벽까지 어는 곳이든 한 곳 이상은 가게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하루 종일 술손님들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풍물시장과 가까운 곳에 인력회사도 많고 달방이라고 하는 여관들도 많아서 노동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즐겨 찾는다.


 

겨울을 제외하곤 둔치에서 새벽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는 저렴한 농산물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도 많은 편이다.넉넉한 인심덕분인지 가끔 노숙자들도 이곳을 찾곤 한다.


 

다양한 분들이 찾는 곳이긴 하지만 풍물시장을 주로 찾는 분들은 기초연금을 받으시거나 노인연금을 받으시는 분들과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그 가운데 가장 많은 편이다.


 

풍물시장에서 잔치국수집을 하면서 초기에 가장 많이 듣던 말 가운데 "20일에 갚을 테니 외상술 좀 달라"는 말이었다.

매월 20일이 기초연금 지급일이라는 걸 여기와 서야 처음 알게 됐다노인연금의 지급일은 25일 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몸이 아파 일할 수 없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이곳 풍물시장에서는 '외상값'의 보증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매월 20일이 되면 기초연금을 받는 분께 받아야 할 외상값이 있는 사장님들에게는 간혹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일이 없고 가진 것도 없이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 술 한잔 얻어 드시는 분들에게도 20일은 기초연금 받는 분들에게 술 한잔 얻어 마실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에는 기초연금을 받은 분들이 비교적 여유롭게 생활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지급신청을 하지 않아도 지정된 통장에 입금된 돈만 기초연금의 두세 배는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60만 원이 조금 넘는 기초연금으로 월세와 외상값을 갚고 다시 외상술을 드셨던 분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 덕분에 외상없이 한 달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풍물시장의 또 다른 이용층인 노인들에게도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효자 노릇을 했다.


 

밀린 외상값을 갚고 비교적 여유롭게 술 한잔 하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풍물시장은 주로 나이가 많은 남자분들, 특히 경제력이 부족한 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을 매개로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들과 가볍게 한잔하면서 소일하는 곳이고 비슷한 연배의 술집 사장님들과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전 새벽까지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았던 고시 시대가 변하면서 역할도 바뀌고 있다.

오늘의 풍물시장의 모습은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까

이제 겨우 햇수로 3년째인 봉천내잔치국수사장의 관심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