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고] 원주 풍물시장의 하루

이동희 승인 2020-07-20


 봉천내잔치국수 대표 홍석진

 

원주 새벽시장이 시작된 이후 풍물시장은 새벽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농민들의 부지런함으로 시작되는 새벽시장에는 더 좋은 물건을 일찍 사 가려는 손님들이 몰린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 새벽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인력회사에 나가 하루 일당을 벌려던 분들 가운데 일을 못 나간 분들과 일도 할 수 없어 정부에서 주는 연금을 받는 분들이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이런 분들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이 하루의 시작을 술로 한다.

풍물시장  안에 있는 식당 가운데 새벽시장과 가까운 몇 곳은 이런 분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대부분 적당히 드시지만 극히 일부 몇몇 분들은 하루 종일 풍물시장을 배회하면서 술로 하루를 보내곤 한다. 이런 분들이 풍물시장에만 있는 건 아니다.

 

자유시장 지하 순대 국밥집이나 중앙시민전통시장 밥집, 그리고 남부시장 식당에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술로 시작해서 술로 하루를 마감하는 분들을 간혹 보면서 "오죽하면 저럴까?"하는 안쓰럽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삶을 살아야 할 텐데"라는 걱정도 하곤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이라고 부르는 연긍을 받아서 외상값 갚고 방세 내고 또다시 외상술을 먹는 생활이 매번 반복된다.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연금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인지 일할 생각을 안 한다.  주변에 기초연금 대상자가 아니어도 자격을 만들어서라도 기초수급자가 되려는 분들도 많다.

 

저소득층의 생계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세금을 거둬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일부 몇몇에게는 살아 있는 동안의 술값 정도밖에 안된다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카드로 지급해서 사용처를 제한하거나 분기별로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사회복지사들이 주기적으로 방문상담을 하는 것도 검토하면 좋겠다.

 

바우처 카드로 신발도 사고 좋은 옷도 입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술로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취미교실이나 생활체육을 권유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싫어하겠지만 지금의 잘못된 관행은 지금부터라도 바꿔보려는 노력이 더 절실히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