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고] 삶을 바꿔야 미래가 있다.

이동희 승인 2020-08-24


   황 도근 상지대 교수

 

 

긴 장마가 끝났다. 모두가 계속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한마디씩 한다. 이제 한국의 여름이 아열대 우기로 바뀐 것 같다고 한다. 한반도에 긴 장마가 지속될 때 시베리아는 30도가 넘는 뜨거운 열기로 몇 달째 산림이 불타고 있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하면 시베리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추운 마을인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온도가 38도 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시베리아의 산불은 300여 곳에서 광범위하게 확대되었다. 집안에 냉장고 문이 열려서 얼음은 녹고 찬 기운이 방안에 퍼져버리듯, 한반도의 기후는 시베리아의 온난화가 가속될수록 차가운 한랭전선이 내려와서 장마전선을 오래 머물게 하며 긴 우기를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깨달았지만, 이런 이상기후는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생겨난 문제들이다. 기후위기는 현실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기후는 인간의 삶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계속 공장에서 미세먼지를 피워가며 무지막지하게 물건을 만들어내고 도시에서는 마구잡이로 쓰레기 산을 쌓아가는 소비의 시대, 돈 중심사회를 지속할 것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최고의 걱정이 무엇이었는가? 미세먼지로 몇 달째 창문을 열 수 없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로 한반도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지나친 소비문화에 있다.

 

 

 

우리가 현재 사는 집안을 돌아보라. 아마 거의 모든 집안이 쌓여있는 물건들로 정신이 없다. 대부분 사람이 이사할 때 필요없는 세간살이들을 정리하고 버리느라 몸살을 앓는다. 우리는 어느 사이에 옷도, 우산도, 밥그릇도, 컵도 모두 일회용으로 쓰고 있다. 더욱이 1인 가구가 30%를 넘어서면서 24시 편의점에 일회용 식품이 넘쳐난다

이제 한국 사회는 넘치는 게 물건이고 그들은 모두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쓰레기 더미로 변해가고 있다. 작년 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신선 식품 배달업체인 마켓컬리 회사의 인건비가 한해 70억 원인데 택배 박스포장비로 사용한 비용이 170억원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지금 우리는 택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택배 없는 날이 정해지기도 했다. 우리가 이렇게 과도한 소비와 쓰레기 시대를 살고 있는데 과연 지구가 인간의 삶을 위해 계속 버텨줄 수 있겠는가? 이제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을 바꾸라고 경고하고 있다. 못하면 우리가 떠나야 한다.

 

 

8월 중순, 그리도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아내의 방학도 늦어져서 모처럼 햇살을 보고 싶어 남도 섬의 해안선을 따라 도보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귀가하니 또 다른 위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2차 대유행을 시작한 것이다. 이미 약속되었던 모든 강연, 회의, 출장 등의 일정이 순식간에 취소되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은 2학기에도 대학은 지루하고 답답한 온라인 수업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불확실한 시대에 깊숙이 들어섰다. 이미 도시에서의 삶은 점점 정신적 페닉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우리는 2020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발생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한순간에 세계를 흔들어 놓는 것을 지켜보았다. 우리의 삶이 이렇게 한순간에 정지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도 예측 못했다. 돈많은 재벌도, 잘난 체하던 지식인도, 큰소리치던 정치가도, 세상이 이렇게 한순간에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잘나가던 미국과 유럽의 유명 도시가 모두 한 낮 12시 정오에 아무도 없는 적막한 거리로 돌변한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서구 문명은 우리에게 하나의 표상이었고 늘 절대적 강자들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신화가 무너졌고 치부가 다 드러났다. 산업혁명으로 빛났던 서구 문명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이제는 도시는 늙어가고 있고 돈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통곡 소리만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 돈의 시대, 개발의 시대도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혼란의 시대, 전환의 시대 앞에서는 우리는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왜 이런 위험한 사태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우리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지 말고 내 삶에서 찾아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후위기와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인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나타난 결과물이고 더욱이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만들어놓은 세계화는 이 바이러스를 한순간에 퍼져나가게 했다. 모두 우리의 소비의 욕망, 돈의 욕망이 만들어놓은 결과물이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정신 나간 몇 사람을 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삶을 바꿔야 한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가장 흠모하던 분은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이다. 이분이 하셨던 말씀 중에 삼경(三敬)이 있다. 경천, 경인, 경물(敬天, 敬人, 敬物) 즉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공경하고,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만물을 공경하라는 뜻이다. 특히 경물을 이야기하면서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가 하늘처럼 존귀한 것이며, 또한 세상에 있는 모든 물건도 온 우주의 선물이어서 하느님 대하듯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월 선생은 평생 보따리 하나만 가지고 전국을 다니며 삶을 사셨다

물건을 아끼고 검소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을 위하는 것이란 뜻이다. 그런데 우리를 돌아보자. 하느님을 위한다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제 각자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가 우리에게 거듭 말하고 있다. ‘이제 조용히 당신 삶을 되돌아보세요. 그리고 주변의 자연도, 작은 생명체도, 혹시 굶고 외로운 사람은 없는지.’

 

 

저도 부끄럽습니다.

 

2020819

무위당학교 황도근 모심​